2020년을 회고하며..

작년 말부터 참여했던 일이 연초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서로에게 언짢은 일을 만들게됩니다. 제겐 익숙한 분야라서 사실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체력도 인내심도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 때 한창 집 수리를 했습니다. 살림살이를 모두 창고에 보내고 한 겨울에 세 식구가 좁은 원룸에서 지냈습니다. 그래서 더 피곤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집 수리가 끝나고 홍대에 있던 작은 소호 사무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컴퓨터와 책들을 옮겼습니다. 계획된 일정이었지만 겉보기에는 코로나를 피해 집으로 들어온 것처럼 되어 버렸죠.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면서 텐서플로 서밋을 참여해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같이 가기로 했던 텐서플로 코리아 운영진 이지민 님과 고민 끝에 안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중에는 텐서플로 서밋이 아예 취소되었습니다. 그다음 부터 줄줄이 오프라인 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너무 늦지 않게 <핸즈온 머신러닝 2>을 완료해서 상반기에 출간을 했습니다. 2판에서 페이지 수가 많이 늘어났고 딥러닝 부분에 저자가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번역 작업을 할 때 에러타를 종종 신고했는데요. 오렐리앙이 고마워하며 개정판을 낼 때 꼭 감사 인사를 넣겠다고 했는데 2판 감사의 말에 친절하게 제 이름을 써 주어 너무 기뻤습니다. 2판을 내면서 유튜브에 동영상 강의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절반 밖에 진행을 못해서 아쉽지만 꼭 완주하려고 맘 먹고 있습니다.

여름에 장인 어른이 돌아가셨습니다. 오래 아프셨는데 이제 아프지 않고 좋은 곳에 계시리라 믿습니다.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오랫동안 쉬었던 방송통신대학을 다시 복학하라고 적극 권유했습니다. 아내는 한참을 망설였지만 막상 시작하니 아주 잘 2학기를 마쳤습니다. 숙제를 낼 때는 며칠 밤을 새며 고생하더니 결국 장학금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저도 또 한번 방송통신대학에 편입합니다. 이번에는 통계-데이터학과에 지원했습니다. 원래 정보통계학과인데 이름이 바뀌었네요. 바뀐 이름에 걸맞게 커리큘럼도 좋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가을에 <GAN 인 액션>을 번역하여 냈습니다. 다른 번역자가 시작한 작업인데 중도에 포기해서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번역하고 집필하는 일이 생계가 되다보니 독자층이 넓지 않은 책은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공교롭게도 작년에 낸 <미술관에 GAN 딥러닝>과 함께 GAN 책을 두 권이나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딥러닝 일러스트레이티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훨씬 더 일찍 끝냈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일들이 겹쳐서 많이 늦어졌죠. 출판사에서 저 때문에 애를 많이 태우셨습니다.ㅠ.ㅠ 다른 일을 모두 물리고 이 책을 마무리하는데 노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양해해 주신 타사 출판사 담당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페이스북에 <텐서 ≈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원래 홍대 머신러닝 스터디 모임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온라인으로 전환했죠. 첫 번째 스터디로 구글 미트와 줌을 사용해 코세라의 텐서플로 자격증 과정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혼자 공부하는 머신러닝+딥러닝>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쓰거나 번역하는 책을 모두 스터디로 열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끊기지 않게 계속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핸즈온 머신러닝 2>와 함께 올리고 있던 <Do It! 딥러닝 입문> 유튜브 강의를 완료했습니다. 강의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의외로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소소한 보람을 느낍니다. 연말에 <핸즈온 머신러닝 2>가 교보문고 2020년 머신러닝/딥러닝 부분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또 Yes24 2020 베스트 IT 전문서에도 뽑혀서 너무 기뻤습니다.

12월에 <혼자 공부하는 머신러닝+딥러닝>을 출간했습니다. 아이디어에서부터 집필, 수정, 리뷰까지 1년이 걸린 작업이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제 글을 재미있게 읽고 용기를 북돋아 준 한빛미디어 조희진 차장님께 감사합니다. 이 책에는 제가 그린 그림을 전문 작가님이 제대로 그려서 넣어 주셨는데요. 조희진 차장님은 제 그림을 너무(?) 좋아하셔서 별책부록인 혼공 노트에는 제 그림이 일부 들어가 있습니다.ㅎ 이 책은 스토리와 비유를 적절히 넣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썼습니다. 스토리와 비유가 너무 과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흥미를 잃지 않을만큼 충분히 넣어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모쪼록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이 분야를 더 탐구하고 싶은 욕구를 불어 넣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에도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Python Machine Learning 3판으로 <머신 러닝 교과서>의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이킷런과 텐서플로 최신 버전을 반영하고 새롭게 GAN과 강화 학습 챕터가 추가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저의 첫 파이토치 번역이 될 Natural Language Processing with PyTorch, 아마존 베스트 셀러로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가 담긴 Building Machine Learning Powered Applications, TensorFlow.js를 다룬 Deep Learning with Javascript, 머신러닝 끝판 왕인 XGBoost를 다룬 Hands-on Gradient Boosting with XGBoost and Scikit-learn, 프로그래머를 위한 딥러닝 책인 AI and Machine Learning for Coders 등이 기대됩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모두 잘 해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

2020년이 지났습니다. 올 한해 제 책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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